"아... 역시 센스도 스타다."

"총도 그렇고, 이것도 러시아제네. 이제 우리도 총질하는 시대에 접어든 건가?"

"참, 옆방에도 갇힌 사람들 있어요."

"아, 그래?"

"오다가 신음하는 소리 들었어요."

"이 개자식들 상습적이었네. 이참에 싹 다 박멸해 버려야지."

"근데 총 들고 덤비면 어떡하죠?"

"아, 그러네."

"아직 수갑도 못 풀었는데, 어떻게 싸워요."

"총이라면 저한테 세 자루 있는데. 오다가 뺏었어요."

"아니, 너는 총도 있는 놈들을 어떻게 제압한 거야?"

"운이 좋았어요. 삽질하느라 정신 팔려서 제가 온 줄도 모르더라고요."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랬어?"

"지인이가 보기보다 빨라요."

삼촌이 두둔했다.

"그거야 나도 알지. 열락도에서 봤는데."

"거기서도 지인이가 큰일 했지."

"발레 해서 그런지 운동신경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인마, 매사에 조심해야 돼. 네가 어디 보통 귀하신 몸이냐?"

"네. 명심할게요."

철그렁!

족쇄를 다 풀자 형사들은 자연스럽게 내 주변으로 모였다.

"이제 수갑 풀어드릴게요. 가까이 오세요."

"뭐야? 수갑 열쇠는 어디서 났어?"

이번엔 삼촌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다 주웠어."

"뭐어?"

"여기 오다가 밖으로 나가는 삼촌 팀 승합차랑 딱 마주쳤어. 내가 눈썰미가 좀 있잖아? 1차선 도로에서 길막하고 시비 좀 걸었지."

손발이 자유로워진 형사들은 고맙다는 말 대신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휴대폰 조명을 비추며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는 옆방으로 달려갔다.

철컹!

옆방 문을 열자 엄청난 악취가 밀려왔다.

"우웁! 세상에...."

"얼마나 오래 갇혀 있었길래...."

"이게 다 뭐야?"

"으으... 또... 또, 똥이야."

김인철 경사는 휴대폰 손전등으로 요강을 비추더니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뒷걸음질 쳤다.

"재갈부터 빨리 풀어드려."

"으으읍! 읍!"

"괜찮아요. 우린 형사예요, 형사."

"파아아아... 하아, 살았다. 감사합니다!"

"어흐흐흐흑! 저 여기서 한 달 넘게 갇혀 있었어요. 엉엉~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중년 여자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철그렁.

나는 두 사람의 족쇄도 풀어주었다.

남자는 곧장 걷기 시작했지만, 여자는 부축이 필요해 보였다.

'텍사스홀덤 저 남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두웠지만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지?'

"인철이랑 명호가 모시고 나와."

"네."

우리가 밖으로 나왔을 때, 시멘트를 개고 있던 두 명은 바닥에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놈들은 그대로 둬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