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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낭만이 있는 곳에서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세요.

제목 스타베팅 이용후기
작성자 라일락
작성일자 2023-09-22
조회수 19
헤르시스는 후원의 정자에서 리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리석 난간에 기대어 밤의 운치를 감상하는 그의 옆얼굴에 은은한 등불 빛이 드리웠다. 리즈가 다가가자 그가 얼굴을 돌렸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매가 노란 불빛을 머금고 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정자에 들어선 리즈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바닥 모서리를 따라 촛불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등불 하나에서 나는 빛이라 여겼는데, 수십 개의 촛불에서 나는 빛이 합쳐진 거였다.

리즈가 감탄하는 얼굴로 둘러보자 헤르시스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분위기 좀 내 보려고.”

“분위기요?”

“생각해 보니 그대와 이렇게 야외에서 분위기 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서. 늘 그대의 방, 아니면 식당. 연회장. 그런 데서만 있었지 않나.”

“……그랬던가요?”

얼핏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리즈 자체가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는 데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있으면 됐지 장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으므로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헤르시스가 제 옆을 톡톡 두드렸다.

리즈가 그 옆에 가만히 다가가니 그가 어깨에 팔을 둘러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맞닿은 몸의 열기가 자못 상쾌하게 느껴졌다. 한여름이라 외따로 떨어져 있어도 더운데 말이다.

“마음에 들어?”

헤르시스가 촛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분위기 있고 좋네요.”

“자주 해 줄까?”

리즈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벤트가 잦으면 감동이 덜할 것 같아요. 무릇 이벤트는 뜸한 맛이 있어야죠.”

헤르시스가 그 말에 픽 웃었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체온을 나누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좁쌀처럼 뿌려져 있었다. 갑자기 리즈가 손을 들어 별과 별 사이를 긋는 시늉을 했다.

“뭐 하는 거지?”

헤르시스가 물었다.

“별자리 찾아봤어요. 아는 별자리라도 있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찾았어?”

리즈가 손가락을 내렸다.

“아뇨.”

헤르시스가 다시 물었다.

“무슨 별자리를 찾고 싶은데?”

“전갈자리요.”

헤르시스가 리즈의 손가락을 붙잡아 다시 끌어 올렸다. 그러곤 밤하늘에 갖다 대고 천천히 별과 별 사이를 잇기 시작했다.

“세상에!”

독침을 구성하는 별을 끝으로 전갈자리가 완성되자, 리즈가 탄성을 내질렀다.

“정말 있었네요. 왜 난 몰랐지?”

“그야 밤하늘을 많이 안 보고 살았으니까. 그대, 항상 일찍 잠자리에 들었잖아.”

헤르시스가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하긴.’

여태껏 일찍 잠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깨지도 않고 잘 자 온 그녀에게 밤하늘이란, 이따금씩 기분 내킬 때나 올려다보는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는 얼마나 밤하늘을 오래 봐 왔기에 단번에 별자리를 찾아낸 걸까?

어릴 때부터?

그럴지도 몰랐다.

매분 매초 살수들을 경계하느라 한시도 제대로 잠들어 본 적이 없는 어린 시절의 그가 기나긴 불면의 밤 동안 할 만한 일이 별자리를 관찰하는 것 외에 달리 뭐가 있었을까.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아려 왔다.

그에게 좋은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마침 적절한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밤하늘을 같이 보고 있으니까 당신이 내게 했던 청혼이 생각나네요. 그날 참 감동적이었는데.”

잔잔하게 웃음 띤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헤르시스에게 리즈가 이어 말했다.

“당신 내게 말했잖아요, 좋은 황제보다 좋은 남편이 되겠다고.”

“기억나.”

“그럼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기억나요?”

“물론이지. 둘 다 되라고 했었잖아.”

불과 얼마 전 일인데도 리즈는 그 일이 몹시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사이에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나서일까.

추억을 회상하자 아련해지는 마음을 재빨리 다잡으며, 리즈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분발하셔야 할 거예요. 그 약속 잘 지켜지는지 항상 지켜볼 테니.”

“…….”

웃자고 한 소린데 그가 일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그러지? 내 말이 부담스러웠나?’

“리즈.”

의아해지려는 찰나, 헤르시스가 리즈에게 둘렀던 팔을 떼어 내고서 진지한 얼굴로 마주 보며 말했다.

“좋은 남편이자 좋은 황제가 반드시 될게.”

잠시 긴장으로 굳어 있던 리즈가 이내 웃음을 뱉어 냈다.

‘난 또 뭐라고.’

“거기에, 좋은 아빠도 되겠어.”

“……!”

***

리즈의 얼굴에서 천천히 웃음이 빠져나갔다.

눈빛엔 당혹감이 가득했고, 입술은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라 계속 달싹이기만 했다.

마침내 해야 할 말이 떠오른 그녀가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했다.

“아…… 빠?”

“…….”

“지금…… 아빠라고…… 하셨어요?”

아니라고, 그대가 잘못 들었다고 말해 주길 바라는 어투였다. 하지만 헤르시스는 맞는 걸 아니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

“…….”

“그대가 지금 품고 있는 내 아이의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말했어.”

리즈가 두 손을 모아 입에 갖다 댔다. 눈동자가 발광하는 보랏빛 별처럼 경악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알고…… 계셨어요?”

헤르시스가 그렇다는 의미로 눈을 깊게 감았다 떴다.

“언제…… 어떻게요?”

“얼마 전에 우연히.”

두루뭉술한 대답이었지만, 최선의 대답이기도 했다.

당신이 혼수상태인 나에게 하는 고백을 들었노라고 차마 말할 순 없었다.

아마도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마음껏 쏟아 낸 말일 테니. 세속의 비밀을 함구해 주는 신관처럼 헤르시스는 입을 다물고 있을 필요가 있었다.

“우연히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임신 사실을 그가 우연히 알 수 있는 건지 속으로 따져 보던 리즈가, 일순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부릅떴다.

요 며칠 로사의 행동이 수상했다.

온욕 대신에 족욕을 제안하고, 모든 옷을 한 치수 크게 재단하여 가져왔다. 게다가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 수시로 물었는데…….

‘그게 그래서 그랬구나.’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모든 맥락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이 남자 또한 눈치 빠른 로사를 통해 제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으리라, 리즈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미안해요, 숨겨서.”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싶었는데, 남을 통해 전해 듣게 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그런 말 들으려고 말한 거 아니야.”

헤르시스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히려 사과를 한다면 내 쪽에서 해야지. 여태 눈치를 못 챘으니까. 따지고 보면 징후가 여러 번 있었는데도.”

“그러실 필요 없어요. 몸의 주인인 저도 몰랐는데요.”

“…….”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놓였다.

그사이에 밤하늘을 다시 올려다보기도 했지만, 좀 전과는 다르게 별자리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헤르.”

침묵을 먼저 깬 쪽은 리즈였다.

“저 말할 게 있어요.”

헤르시스가 밤하늘에서 시선을 끌어내렸다.

“말해 봐. 뭐든.”

“저, 아이 같은 거 바라지 않았어요.”

헤르시스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담담하게 응시했다. 리즈가 말을 이었다.

“줄곧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제가 아이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

“남들은 임신을 하면 모성애가 막 샘솟는다는데, 전 솔직히 아니에요. 아이의 존재가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생각만 하게 되고. 조금 더 늦게 찾아왔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안정된 뒤에 찾아왔으면 어땠을까……. 아이가 자꾸만 걸림돌처럼 느껴져요.”

부옇게 차오른 눈물이 기어이 곱게 단장한 얼굴을 적셨다. 리즈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그러나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저…… 저 같은 것도 엄마 될 자격이 있을까요? 엄마라곤 제 어머니밖에 못 보고 자랐는데, 그런 제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아이가 저를 싫어하면 어떡하죠?”

헤르시스가 리즈의 뺨을 감싸 쥐더니, 손마디로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일곱 살에 부모님을 잃어서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

“내가 부모처럼 믿고 따랐던 숙부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지. 그래서 나도 혈육에게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하는지, 좋은 것 먹이고 좋은 옷 입혀 주기만 하면 되는 건지 어떤지 잘 모르겠어.”

헤르시스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다만 이렇게는 생각했어.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아버지, 내가 어린 시절에 바랐던 좋은 아버지가 되어 주자고. 반드시.”

“당신이 생각한 좋은 아버지는 어떤 아버진데요?”

리즈가 겨우 선명해진 시야로 물었다.

그러자 헤르시스가 아련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일찍 죽지 않는 아버지.”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아이 혼자 내버려 두고 떠나지 않는 아버지.

단 십 분마저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작은 기척에도 몸을 바싹 긴장해야 하며, 보이는 사람 모두를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스스로의 숨통을 한계까지 옥죄는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는 아버지.

헤르시스가 절실히 바랐던 아버지는 바로 그런 아버지였다.

“그러니까 리즈, 나를 믿고 의지해. 나는 내 아버지처럼 절대로 일찍 죽지 않아. 내 아이가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황위를 물려받을 때까지 살아 있을 테니까.”

“…….”

리즈의 눈앞이 다시 흐려지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이 남자는 분명 아무것도 모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정확히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을까?

결혼 이후 줄곧 가슴속을 농도 짙게 채우고 있던 불안이 삽시간에 희석되는 느낌을 리즈는 받았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데도 안심이 되었다.

사소한 약속도 지키고야 마는 이 남자라면 분명 제가 한 말을 지켜 내리라. 운명이 아무리 그의 몰락을 기다리고 있다 한들, 반드시.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리즈는 그의 손을 자신의 배에 갖다 대며 한 번 더 다짐을 상기시켰다.

“이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지켜 주셔야 해요.”

“반드시 그러지.”

헤르시스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래요. 그거면 됐어요.’

그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스타베팅 다짐했다.

‘당신은 아이를 지켜요. 나는 당신을 지킬 테니.’

마치 그 다짐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헤르시스의 입술이 리즈의 눈두덩이에 내려앉더니 꾸욱 눌렀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턱 끝에 잠시 머물렀다 떨어지는 것을 생생히 느끼며 리즈는 간절히 바랐다.

‘부디, 제가 이 사람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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